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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장사가 아니라 수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0.30
첨부파일0
조회수
747
내용
대학입시는 벌써 시작되었고 각종 시험이 학생들을 억누르는 10월이다. 이 청량한 가늘에 독서와 사색으로 참된 인간과 정의로운 사회를 고민해야 할 젊은이들이 도무지 우리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시험문제집과 씨름하고 있다. 실력 경쟁도 아니고, 인간성 함양 경쟁은 더더욱 아니고 오로지 점수 경쟁인 이 따의 교육풍토에 문제가 많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하고 풀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근본이 바로 서지 않은 대안은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임시방편으로 우리 교육의 문제를 땜질해 왔다. 교육개혁이란 것들의 결과는 항상 개혁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근래의 대학제도 개혁과 중등 7차 교육과정 개편안도 근본이 바로 선 대안으로 보인지 않는다. 다분히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철저하지 못한 모방으로 보이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유경쟁을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결과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학생이 고객이라면 선생은 점원이란 말인가. 교육의 선택을 어떻게 물건의 선택에 비유한단 말인가. 전혀 자유의지를 길러주지 못한 교육을 실시해 놓고 고등학생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지리 전공 교사가 정치과목을 가르치는 7차 교육과정이 자유견쟁인가. 한국경제론 한 과목만 이수하고도 한국경제의 전반을 꿰뚫게 되는 코스훈련의 제반 여건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제 관련 30여 학점만 이수하면 경제학사 학위를 주는 학부제가 시장원리인가. 내신점수를 좋게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고등학생들이 몰리도록 하고 학점 따기 쉽고 직장 구하기 쉬운 전공으로 대학생들이 몰리도록 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의도라면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교육은 장사가 아니다. 교육의 근본은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므로 사람다운 사람을 만든다 함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르친다는 말이다. '큰 공부는 밝은 덕을 쌓고(明明德), 사회정의를 실현하고(新民), 끝없이 몸과 마음을 닦는 것(止於至善)이다'(『대학』). '학교교육을 충실히 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도리를 가르치면 반백의 노인이 짐을 지고 길을 다니는 일이 없을 것이다'(『맹자』 양혜왕 상).


교육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들어 항상 바른 길을 걷도록 이끄는 행위다. 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들어 항상 선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인격수양을 시키는 일이다.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할 것이며 자기수양이 안된 사람이 어떻게 사회를 이끌 것인가. '군대 보냈더니 사람이 되어 오더라'가 아니라 '학교에 보냈더니 참 인간이 되더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어느' 학교에 보내면 '어느 사람'이 되더라는 다양성이 확보된다면 더욱 좋겠다.


근본이 바로 서지 않은 그간의 교육개혁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예의가 없으며, 반성할 줄 모르며, 중용의 미덕을 잃었ㅇ며, 의로움보다 이익만을 따진다. 그래서 열다섯 살 학생이 지하철 계단에서 야단치는 할아버지를 발로 차 숨지게 하고 젊은 의사후보들은 저렇게 부그러운 방법으로 밖에 항의할 줄 모른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이 모두가 학생들의 책임이 아니라 교육당국자, 선생, 학부모 등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교육당국자들은 더 이상 학교를 기술교육의 장 또는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상정하는 개악을 하지 말라. 깊이 있는 수양으로 설선수범(以身作則)을 할 수 없는 선생이 학교에 있어선 안된다. 아이를 일단 맡긴 학부모는 절대로 학교교육을 의심해선 안된다. 아이에게 부족한 지식이나 기술은 얼마든지 밖에서 얻을 수 있다.


왜곡된 구조를 고치는 아주 더딘 방법이 교육이고, 아주 추상적인 방법이 교육이다. 그럼에도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처방은 역시 교육이다. 인간관계에 관한 학문을 활성화하고 교양교육을 더욱 늘려야 한다. 학교는 기술습득의 장소여선 안된다. 학교는 취업의 전초기지가 아니다. 학교는 인격교육의 장이여야 한다. 학교교육은 장사가 아니다. 교육은 수신이다.


장현근/ 용인대 교수/ 중국학/ 국민일보 200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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